들 불
경주에서 조금 빠른 시간에 일 마치고 바로 대구로 가긴 이른듯해서 들른 곳.
경주 톨게이트쪽으로 가다가 울산가는 방향으로 꺽어져 조금 내려가면 통일전 가기 직전에 있는경북 산림환경연구원.
통일전 앞의 은행나무가 물들었는지도 궁금했고, 사진 잘 찍는 선수들이 찍은 사진으론 산책하기 좋은듯해서
잠시 산책이나 해볼까 싶어 들렸다.
마침 중학생쯤으로 뵈는 남녀 아이들이 길을 잔뜩 메우고 있었다.
수학여행중에 들린건지 와글와글 복잡복잡.
그런데 아이들 표정들이 모두 밝고 건강하다.
한쪽 구석쯤에선 팔짝 뛰는 사진을 담겠다고 한아이는 계속 뛰어오르고 한 아이는 핸폰으로 연신 찍는다.
물론 결과는 그닥 좋지않은지 몇차례 찍은걸 다시보고는 또 뛴다.
어떤 아이는 친구들 앞에서 허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춤을 춘다.
자유분방한 아이들을 보니 호젓함을 방해 받았다는게 조금 위안이 된다.
산림환경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보면 산 하나쯤 통째로 조성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진 않은듯하다.
산책길이 그리 길지도 흙바닥이지도 않다.
짧은 시간동안 산책하는 정도로는 괜찮겠지만 이름처럼 산림환경을 느껴보기엔 무리.
버스 출발시간이라고 확성기로 아이들을 불러모은다.
그 많던 아이들이 우르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니 갑자기 적막함이 느껴진다.
야생화를 볼수있는곳도 조성해놨는데 계절이 꽃 감상할 시기는 아니니,,,
중간에 흐르는 개울가 벤치에 잠시 등을 기대고 쉬었다.
생각같아선 벌렁 드러누워 한숨 자고 싶었지만 난 그리 뻔뻔한 사람이 못 된다.
문득 첨성대주변의 황화코스모스가 생각났다.지금도 있을까?
어차피 조금 여유있게 움직여서 박물관과 대릉원 앞을 지나면 볼수 있을거란 생각에 길을 나섰다.
하지만 코스모스가 피어있던 들판은 들불이 번져가고 있었다.
연기와 함께 다가오는 마른 풀 타는 냄새.
음,,,좋다.
이른 봄.
복수초를 만나러 성황림으로 달려갈때 신림 들판엔 들불 연기가 가득했다.
거세게 타오르진 않지만 연기속에서 번져가는 들불은 묘한 매력이 있다.
게다가 가을 낙엽타는 냄새는 향기롭기까지 하니.
그 향기와 연기를 취해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한참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