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땅콩 정리

치악동인 2012. 9. 25. 17:31

휴,,,

멀칭 비닐에 땅콩 파종한 날짜를 적어 놨는데 자방변 파고 들어가라고 비닐을 훌떡 걷었더니

날짜 써 놓은게 안 뵌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옥수수 심을때 같이 심은듯 한데,,,

아마 5월1일 쯤이 맞을게다.

그리고 열흘쯤 후 땅콩싹이 흙덩이를 영차 영차 밀어올리고 나타났으니.

그리고 싹이 나온지 한달후 쯤 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

땅콩은 꽃이 지고난후 자방병이라는 줄기가 뻗어나와 땅속으로 들어가서 땅콩이 맺힌다.

꽃이 지고난 자리에 열매가 맺는다 해서 낙화생이라는 별칭도 있단다.

하여간 자방병이 파고 들어갈수 있도록 비닐을 벗겨줘야한대서 땅콩꽃을 본 후로 마음이 바빴다.

꽃 진다고 바로 자방병이 나오는것도 아니건만.

종묘상 사장이 땅콩전용 비닐을 추천해 줬건만 내가 하면 얼마나 한다고,,,하는 생각에 그냥 옥수수 비닐로 했으니

자방병이 땅속으로 파고 들도록 비닐 벗겨주는건 내 몫이다.

꽃 피고 난후 암만 쳐다봐도 자방병이 어떤건지 잘 안 보였다.

어쨌든 내가 매일 밭에 나갈 형편은 못 되니 비닐은 대충 중간으로 타갈라서 벌려 줬다.

그후 한참 시간이 지난후 (옥수수를 수확할때쯤이었을게야) 장마를 견뎌낸 땅콩포기가 부쩍 자랐다.

키가 자란 만큼 줄기에서 갈래 갈래 뻗어나온 자방병들이 좁게 벌려놓은 흙속으로 파고들질 못하고 비닐위에 얹혀있는걸 봤다.

아차 싶어 비닐을 활짝 더 벌려나갔는데 세고랑쯤 구부리고 일하다보니 허리도 아팠고 땡볕은 더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또 핑계를 생각해 냈다.

'줄기 줄기가 다 땅속에 들어가서 씨를 맺으면 씨알이 너무 잘지 않을까??'

그래서 남은 두 고랑은 처음에 벗겨준 대로  조금만 벗긴 상태로 두고 비닐벗기는 작업을 마쳤다. 

드디어 땅콩이파리들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이파리들이 시들기 시작했다.

병이 아니고 낙엽이 되어 가는 중이란다.

처갓집에 가져갈 고구마 먼저 한고랑 캐는데 지나시던 할머니가 그러신다.

"아니 지금 당장 급한건 땅콩 캐는건데 왜 고구마부터 캐느라그랴? 고구마는 추석지나고 캐도 되는데?"

오! 할머님의 금과옥조같은 말씀이시다.

그래서 한뿌리를 당겨봤더니 그물망도 제법 뚜렷하고 알도 토실한거 같고.

기왕 캐는거 몇뿌리 캐서 집에 가져갔더니 아내가 삶아서 가게 간식으로 들고 내려갔다.

거기서 땅콩 장사가 시작되었다.

 

첨엔 내가 농사지은걸 판다니 묘한 느낌이었고 대충 흐뭇했던것도 같다.

그러나,,,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꼬박 땅콩 캐서 알따고 담고 배달까지 해야하는데 이건 등골이 빠지는 통증이 느껴진다.

정말 등골이 빠질것 같았다.

한말에 3킬로쯤 된다는데 단골손님들한테 파는거라고 5킬로쯤 담아서 이만오천원에 팔았다.

그래서 번돈 삼십이만오천원.

차마 아내가 건네는 돈을 받아 챙길수 없었다.

쉬는 일요일 온종일 나보다 더 열심히 땅콩타작을 한 아내에게 바쳤다.

 

다신.

정말 다신.

땅콩 농사는 안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