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나들이
대관령 옛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함께 간 마누라 컨디션을 봐야했다.
걸을수있을까?
그래도 꽤 긴 길인데,,,
오백미터 만 걸어도 무지 많이 걸었다고 생각하는 마누라를 아무리 내리막길이지만 몇킬로 걷게 하면
월요일에 절뚝 거리는건 아닐까?
그럼 그 원망을 다 어찌할꼬.
그래서 일단 양떼목장 산책을 하면서 몸을 풀어보기로 했다.
하늘엔 구름 조금.
전반적으로 맑은 날씨 인듯 했으나 입장료를 지불하고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빗방울이 한두방울 느껴진다.
차에가서 바람막이와 우산을 가져와야 하나 말아야하나,,,
금방 쏟아지진 않을듯해서 그냥 걸어보기도 했다.
대관령의 날씨야 워낙 변화가 심해서 맑은날도 이곳만 짙은 안개와 안개비를 만날때가 많았다.
오늘도 그런날이려니.
하늘이 조금만 더 푸르렀으면 오두막이 더 멋졌을텐데.
꼭대기까지 오르는 오르막에서 마누라 표정이 영 마뜩찮다.
'도대체 이 짓을 왜 하는거야?'
딱 그 표정이다.
대관령 옛길로 무작정 끌고 가지 않길 다행이다.
살짝 땀이 나야 몸이 풀리는거라고 꼬드겼다.
멀리 알펜시아의 스키점프대가 보인다.
사진에선 잘 안뵈는구나,,,
잘 보면 있다.
푸른 초지에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
보기 좋은 풍경이다.
연인들의 모습도 보기 좋고 뛰노는 아이들도 보기 좋다.
한바퀴 돌고 나오는 길.
손바닥 만큼 열린 푸른하늘에 낯에 나온 반달이 떴다.
저 반달은 강릉 커피집을 돌아 오밤중에 집에 도착하니 우리집 지붕까지 따라왔더라.
대관령 옛길은 못 갔다.
안개가 너무 짙어 전설의 고향을 연상케하는데다 인적이 너무 없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대신 아랫쪽으로 차로 이동해서 박물관 뒷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길로 삼십분쯤 걸었다.
가을에 다시 오마 약속하고서.
그때까지 마누라 다리가 튼튼해지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