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동인 2012. 2. 7. 11:42

지금은 4차선의 쭉 뻗은 고속도로가 대관령을 터널과 교량으로 관통하지만

오래전의 고속도로는 왕복 2차선의 중앙분리대도 없는 초라한 고속도로였다.

그 구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를 기점으로 북쪽은 선자령,남쪽은 능경봉길이다.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두면 선자령도 가고 능경봉도 가고 양떼목장도 가고,

강릉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대관령 옛길을 걸어볼수도 있다.

지난번 선자령 걸을때도 이곳 주차장에 진입하는데만 거의 한시간을 소비해야했는데

이번엔 산악회 버스로 오니 그런 번잡없이 여유롭게 도착했다.

휴게소윗편에 대관령기념탑에서 시산제를 지낸단다.

골짜기에서 불어 올라오는 바람이 살갗을 따끔거리게 하는 와중에도 돋자리를 편다 제물을 차린다

부산스러운데 처음 참석하는 산악회시산제이다보니 엉거주춤 좀 그렇다,,,

지은아빠가 손짓을 한다.

신경쓰지말고 우리 먼저 올라가자는 뜻.그게 좋겠다. 

 많은 나무들이 모가지가 부러졌다.

아마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일게다.

하긴 이만큼 이나 쌓였으니 그럴수밖에.

능경봉 정상에서 동해를 보며 장엄한 산맥을 파노라마로 한장 담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도 가봐야할곳들이 얼마나 많은가.

저 산들과 구릉들.골짜기마다 골 깊이만큼의 사연을 품었을테고 고갯길마다 전설이 있을테고.

 이 산악회 사람들은 정성이 대단하다.

무거운 제물들을 여기까지 메고 올라와 시산제 준비를 한다.

축문을 적어와 축을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경건하다.

그치만 내 눈에 띄는건 저 막걸리병. 저걸 다 먹을셈? 설마?

지은엄마 말로는 이곳에 있는 모든 이와 나눠먹는단다.

젠장. 지난번 선자령에선 종일을 굶었는데 이런 자리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얻어마실껄,,,

근데  내가 엉덩이를 털고 일어날때까지 시산제는 진행중이었으니 막걸리 한잔 얻어마시려면

꽤나 끈기가 있어야 할듯 싶다.

참 이상한 행색의 등산객도 있다.

저 삿갓을 바람막자고 쓴 건 아닐테고,,,

도사님이신가?

지나는 누가 그를보고 한마디 했다.

"아이고. 도사님이 올라오시네~!"

삿갓이 대답했다.

"예~!그렇습니다.나라와 국민여러분의 건강을 위하여,,,중얼중얼,,,"

백두대간에 줄 지어선 봉우리 만큼이나,또 그아래 계곡만큼이나,

골짜기 사연만큼이나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산다.

형식에 매인 사람들.

틀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

엉거주춤 방관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