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선자령 두번째

치악동인 2012. 1. 18. 09:31

내가 작년에도 분명히 선자령엘 다녀왔는데 어째 여긴 흔적이 없을까?

누가 오베갔나???

여튼.

토요일에 집안청소에 설겆이 까지 다 해놨으니 또 나간다고 시비 걸 일도 없겠고해서

길을 나섰다.

거리가 조금 멀긴하지만 선자령이다.

치악산은 너무 자주 오르니 지겹기도 하고 경사가 세서 힘들기도 하고.

선자령은 완만한 능선길이라 힘들것도 없는데다 풍경도 좋아서 사진빨도 괜찮을테니까.

횡계까지는 막힘없이 시원해서 한시간도 안걸려 도착했다.

하필 대관령 눈꽃축제가 토요일부터 시작이라 그런지 고속도로 빠저나오자 마자 엄청난 차량행렬을 만났다.

다행히 막히는 시내진입전에 대관령휴게소길로 접어들었는데 빤히 휴게소가 보이는 지점에서 갑자기

차량 정체가 시작됐다.

진행방향 한쪽 차선이 관광버스로 완전히 점령당해 역주행하지 않으면 갈 방법이 없었다.

이길 말고 다른길이 있었지 아마?

과감하게 차를 돌려 횡계시내를 거쳐 다른길로 진입시도 했으나 횡계시내에서 꼼짝없이 갇혀서

한시간을 허비한끝에 겨우 휴게소 주차장에 도착했다.

꽉 차있는 휴게소 차량들중에 용케 내 옆차가 차를 뺀다. 땡잡았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 주차문제 딱 한가지뿐이었다.

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에서 쏟아져나온 인파들,도로까지 점령한 관광버스에선 더 많은 인파들.

그 인파들에 질려 입구에서 뭘 좀 먹어야했는데 그냥 휩쓸려 올라갔다.

사실 마음이 급했다.

치악산 다녀올만한 시간대에 선자령등산을 마치고 돌아가서 멀리 다녀왔다는 사실은 시치미를 뚝 떼고

들어가서 저녁엔 딸아이랑 스키장을 갈 생각이었으니까. 

운이 좋은게 한가지 더 있다면 바람 거센 선자령이 고요했다는것이다.

눈보라도 날리지않았고 눈보라때문에 길을 잃을 일도 길이 없어질일도 없었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가는데 길을 잃다니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사실 바람이 많이 불땐

앞사람 지난 흔적이 순식간에 없어질수 있다.

작년 겨울 치악산에서 그런 순간이 있었다. 다행히 짧은 순간이었고 익숙한 길이라 별일없었지만. 

바람이 없으니 산도 고요하고  나무도 고요하다.

떠드는 건 사람뿐이더라.

중간중간 쌓인눈때문에 허리높이 만큼의 턱이 생겨있곤 했는데 그곳에서 정체가 빚어지고 때론 자빠지는 사람도 생기곤 했다.

주로 경상도사투리가 많이 들렸는데 아마 눈 구경을 하러 부산,대구등지의 남도쪽 사람들이 많았던가보다.

어이쿠! 저 아저씨 자빠지겠네,,, 

이 아주머니는 기어이 몸을 못 가누고 털퍼덕 주저앉았다.

그래도 좋은걸 어쩌랴.

평생 밟을 눈을 오늘 하루에 다 밟았다 즐거운 것을. 

 풍력발전설비가 늘어서있는 능선.

이제 대충 다 올라오긴 했는데 조금 더 올라가서 백두대간 표지석이 있는 정상을 넘어 다른길로

하산할 생각이다.

도무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부대끼며 내려갈일이 깜깜해서 안되겠다.

그 와중에 카메라 뷰파인더에 장착된 아이컵을 분실해버렸다.

조금 헐겁다싶을때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양지바른 능선은 바람때문인지 햇볕때문인지 눈이 없다.

이곳에 도착한 한무리의 여자들이 삑삑 괴성을 질러댔다.

일행중의 한 여자는 대포만한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함께 한 일행의 사진을 찍는다고

엉덩이를 쭉 내밀고  다리를 버팅긴 모습이 자못 섹시하기 까지 하다.

지나는 남자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물론 나는 그 여자의 카메라에만 눈이 갔다.

하산길은 순환등산로 바우2길이라고 표시되어있는 쪽을 택했다.

순환등산로라고 표기되어 있으니 당연히 원점 회귀일거라고 생각하면서.

등산로를 몇십미터 내려오자 신기하게도 신작로처럼 넓은 길이 나타났다.

아마 풍력발전기 유지보수를 위한 도로를 만들어놓은 모양이다.

 길의 눈을 밀어내니 길가 작은 나무는 눈에 묻혀 버렸다.

저 나무는 구부러진 채로 한겨울을 보내야하는건가 싶어 빼주고 싶었지만 한둘이 아니다.

그냥 가자. 나무는 나무의 삷을 산다.

나와 같은 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부산의 무슨 산악회 사람들이었는데 아예 썰매탈 생각으로

준비들을 단단히 한 모양이다.

내리막길이 나타나자 집단 썰매타기에 나섰다.

오~!재밌겠다. 

하지만 썰매는 순탄치 않았다.

불과 십여미터 내려가다 앞에서부터 전복되더니 세무리로 나뉘어지며 나뒹굴렀다.

누가 운전을 이 모양으로 했냐고 뒷사람은 앞사람을 나무란다. 물론 웃자고 하는 일이다.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카메라 전원을 껐다.

시간은 너무 많이 흘렀고 길의 방향이 점점 주차장과 멀어져만 갔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올라갈수도 없잖은가.

순환등산로라는 표지를 너무 자의 해석한 나머지 엉뚱한 길로 가버렸다.

한일목장 정문앞에 도착해서야 나와 함께 온 사람들은 그곳에 관광버스를 기다리게 했다는것을 알았다.

그럼 나는?

스마트폰으로 위치검색했다.

주차장과의 직선거리는 가깝지만 산을 넘어야했고 도로를 따라 가는 거리는 무려 14킬로미터.

방향도 도무지 헛갈리고 걸어가기엔 시간도 무리고 내 다리도 무리다.

택시 불렀다.쩝,,,

내 차에 도착하고나서 도로상황을 확인해보니 돌아가는길도 모두 정체와 서행이란다.

혼자 멀리 간거 뽀록 안내려고 했는데 말짱 꽝이다.

이실직고만이 살 길이다.

빨리 가서 스키장도 가야하는데,,,그건 딸아이와 약속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