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투덜거림

치악동인 2011. 5. 23. 17:05

나는 점점 지쳐간다.

점점 맥이 풀려 현실에서 도피하려드는  나를 붙잡다 지치고

일방통행의 마누라한테 지치고

내 새끼한테 더 이상 기대할게 없다는 생각에 지친다.

 

한달에 한번 장모님 병원에 간다.

어제가 그 날이다.

아내는 떡집에 떡을 맞추고 마트에서 준비해야할걸 내게 주문한다.

커피믹스:꼭 노란 봉지꺼라야한단다.

할머니들 입맛도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떡이랑 함께 먹을 베지밀도 있다.

마트에 진열된 베지밀은 박스안에 들어있는 팩의 수량을 꼭 확인해야한다.

부피만 크게 만들어 빈공간에 키친타올로 공간을 메꾼게 대부분이다.

16개짜리 또는 24개짜리.

기왕이면 24개 짜리로 집어든다.

병실에 노인네들이 많으니까.

파스도 사오란다.

병원에 계신분이 파스는 왜?

어차피 이유는 물어 뭐하나.

사 오라면 사 오면 된다.

 

겨우 점심시간에 병원 도착해 모시고 나왔다.

병원 근처에 사는 큰처남네가 이사를 한단다.

서른몇평에 살다가 칠십평 대궐로 간단다.

건설회사를 하는 큰 아들이 그리 이사를 하랬단다.

장모님 점심 대접해 드리고 바깥 바람이나 쐬어드리다가 저녁시간전에

다시 모셔다 드리고 큰처남 새집으로 가보려 했더니

큰 처남댁이 기어이 그리로 모시고 오란다.

허?어쩐일?

까칠했던 큰처남댁이 이젠 제법 변했다.

아내는 인간관계는 역시 상대적인거라고 자위한다.

하긴 그만큼 했으면 돌부처도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어야 정상아닌가?

 

칠십평짜리 아파트에 이삿짐들이 정리되는 사이

그 집 주인의 노모와 나는 한쪽 방구석에서 짐 정리에 방해되지 않게 치워져 있다.

대충 정리가 되어가자 아내가 내게 주문을 한다.

"맥주좀 사오지?"

차를 가지고 한 바퀴 모르는 동네 순시를 했다.

마트를 찾고 술을 담고 안주를 고른다.

맥주안주야 쉽지만 소주안주는 마트에서 고르기가 쉽지않다.

에라 모르겠다.

소주안주는 배달음식을 시켜먹던가,,,

 

남매의 술자리는 으례 그렇다.

귀에 딱지가 생길만큼 많이 들은 얘기들이다.

시작을 했으니 술이 취하고 밤이 늦고 이젠 그만 가야한다는 성화까지 가야 끝날것이다.

점심부터 이어진자리는 밤이 됐으니 저녁을 먹어야하고

난 낯선  거리로 걸어나간다.

삼겹살을 사고 야채를 사고 술 두어병을 더 산다.

 

모두 잠든 캄캄한 병실에 장모님 누이고 밤길을 달린다.

아내는 취해 잠들었고 난 졸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그리고 내 길에서 이탈하지 않으려 안간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