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오천만년전
소백산을 오르려다 아이젠때문에 되돌아 내려와서
고수동굴 가는 방향으로 쭉~들어가서 다리안 관광지까지 들어가봤다.
산을 올라갈건 아니니 주차장앞에서 휙 차를 돌렸다.
천동동굴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고수동굴은 예전에도 가본적있으니 이번엔 천동동굴이나 한번 봐야겠다.
입장료가 오천원.
동굴이 얼마나 길고 멋진지는 모르겠지만
오천원이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나야 혼자지만 가족들이 함께 오는 사람들은 몇만원정도는 후딱 날아갈텐데,,,
표를 받아들고 산길을 몇걸음 걸어올라간다.
한적해서 좋다.
천동동굴은 박쥐를 잡으려다가 우연히 발견했단다.
첨엔 좁은 틈바구니 정도로 생각하고 기어들어갔다가 생각도 못한 발견을 했단다.
근데 박쥐는 뭐하려고 잡으려했을까?
인적없는 동굴속으로 몇걸음 걸어들어가는데 갑자기 사람목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혼자 오셨어요?"
지나친 동굴입구에 관리원 아주머니가 표 내고 들어가라고 날 불러세운다.
이 아주머니 입구 안지키고 어디서 땡땡이 치시다가 날 놀래키나.
동굴입구가 낮아서 아주머니한테 물었다.
"이 안에도 굴이 이렇게 낮아요?"
그 안엔 더 낮아요.오리걸음으로 가야하는데도 있어요."
이런,,,
진짜 그랬다.
오리걸음을 해야하는 정도가 아니라 비비적대고 쪼그려서 앉아서 가야하는곳도 있었고
머리위는 항상 조심해야했다.
처음 만나는 종유석이 "털보종유석"이란다.
정말 희하하게 다른곳에서 본 종유석들은 표면이 매끈한데 얘는 털이 숭숭 났다.
동굴천정에 고드름처럼 종유석이 주렁주렁 열렸다.
석회암지역의 동굴 특징이다.
천정에서 종유석이 자라고 종유석아래에는 떨어진 물방울이 위로 자라 석순이 된다.
위에서 자라는 종유석과 아래에서 자라는 석순은 만나 석주가 되는데
그 만남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후라야 가능한 것이다.
이 동굴은 생성연대가 4억오천만년전이란다.
어쩌면 4억5천만년전 이곳은 바다였을지도 모른다.
동굴중간엔 바다에서나 발견될수있는 조약돌 단층이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바다가 솟아올라 산맥이 되고 계곡이 되고 들과 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주 특이한 영지버섯모양의 종유석이란다.
물속에서 자랐기에 저런 모양이 생겼다는 말인가?
쪼그려도 걷고 엎드려서도 걸었더니 어느새 입구로 되돌아와 있다.
길이는 그닥 길지 않았다.
어쩌면 동굴은 일부분만 개발이 된건지도 모른다.
이미 개방된지 수십년이 된 고수동굴도 아직 그 끝은 모른다고 했다.
이곳도 사람이 갈수없는 비좁은 틈 너머 어딘가로 동굴은 이어져 있을테고
어쩌면 상상속의 넓다란 지하세계로 이어질지 모른다.
동굴속을 웅크리고 걷다보니 칼바람 산행에 대비한 옷이 무척 덥다.
땀이 식기전에 주차장입구의 아무 식당에나 들어섰다.
할머니 한분이 식당한켱의 온돌마루위에서 누우셨다 벌떡 일어나신다.
죄송스럽게도.
젊은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을 둘러보니 산채비빔밥과 올갱이 해장국이 제일 만만해보인다.
따끈한 국물을 먹기엔 올갱이 해장국이 나을테지.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차를 가지고 놀다가 구급차와 경찰차를 박치기 시켰다.
역시 남자아이들은 노는게 우악스럽다.
할머니와 젊은 아줌마,그리고 아이의 점심은 라면인 모양이다.
눈치없이 라면끓여 점심먹으려는 찰라 내가 들어섰나보다.
할머니가 쑥쑤러우신듯 말씀하신다.
"라면좀 같이 드실껄"
할머니 푸근함에 나도 라면 먹고 싶은걸 꾹 참았다.
잠시후 내 앞에 시골된장냄새가 강한 올갱이 해장국이 놓여졌다.
할머니가족이 먼저 식사를 마쳤다.
아이가 숫가락을 내려놓자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낮잠한숨을 권했다.
그러자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손님 왜 안가?"
아하,,,
아이는 할머니가 누우셨던 그 온돌마루에서 자야하는데 손님이 있을땐
거기서 누우면 안된다고 교육받은게 틀림없다.
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밥 다먹어가니까 조그만 기다릴래?"
혼자 밥 먹는건 여전히 눈치보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