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돈지랄

치악동인 2010. 12. 11. 10:54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또 고민이다.

선물이란건 의외의 것에서 더 감동을 받는것인데 딱히 뭘 선물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지나는 말로 물었다.

"결혼기념일 선물 뭐 받고 싶어?"

1초도 안걸려 돌아온 대답

"현금"

그래,,,괜히 선물산다고 고민하다가 아까운 머리털 다 빠지도록 고민하지 말고

필요한거 사라고 현금주는것도 좋겠다 싶다.

"얼마나?"

"빽만원"

또 1초도 안걸린 대답인데 난 기가 막힌다.

"내가 그만한 여유가 어딨다고?"

"여태 살아줬는데 백만원도 못 줘?"

내가 천사의 날개옷이라도 훔쳐 억지로 살았나보다,,,

어차피 월급타서 이것저것 나가고 카드 쓴거 빠져나가면 그닥 남는것도 없지만

이젠 딸아이 학비랑 용돈 안나가니까 당분간은 통장이 마이너스가되더라도,

기분좋게 주겠다고 맘 먹었다.

라디오에서 들으니 의외로 현금을 선물로 요구하는 부인들이 많은 모양이던데

누군가는 꽃다발에 현금을 빙 둘러꽂아서 감동을 줬다지.

나도 기왕하는거 그짓한번 해보기로 했다. 

이만원짜리 꽃다발에 오만원권 이십장을 꽂았다.

주차장에 차 세우고 차안에서 돈다발을 만들면서 생각했다.

이 돈이면 내가 침 질질 흘리는 카메라한대 살텐데,,,

생각은 또 가지를 쳐 나간다.

이걸 받은 마누라가 엄청 좋아하면서 돈을 챙기겠지.

그리곤 그 돈을 다시 내게 줄거야.

"자기 카메라 사고 싶댔지? 이걸로 카메라 사~! 내 선물이야"

혼자 흐뭇했다.

윈윈 전략이란건 이런거다.

 

꽃다발 받아든 마누라 역시 좋아한다.

핸드폰으로 얼른 사진을 찍어 딸아이한테 전송한다.

딸아이는 첨에 그냥 꽃다발인줄 알았나보다.

잠시후 전화가 온다.

"엄마! 그게 얼마야?"

"빽만원"

잠시후 딸아이한테 문자가 왔다.

씹었다.

뭔지 안봐도 아니까.

"아빠 나도" 틀림없이 그걸꺼다 아마.

근데 그 다음 마누라 반응부터  계획이 꼬였다.

돈을 챙겨 넣으면서 하는말.

"고마워. 이거 보태서 해야겠다"

"뭘 해?"(나 카메라 사고 싶은데,,)

"오늘 성형외과가서 예약해 놨어"

이,,,이,,, 이 놈의 마누라가 기어이,,,

괜히 줬어,,,

내 카메라만 날라갔다.

마누라가 한마디 더 한다.

"그냥 해 본말이었는데 진짜로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