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티비도 안보냐?
화요일 저녁
마누라 가게문 닫자마자 면도기랑 칫솔 챙겨들고
둘이 목욕탕으로 간다.
집앞에도 목욕탕이 분명 있건만 마누라는 굳이 시내 반대쪽에 있는 목욕탕으로
가길 원한다.
이유인즉슨,
동네에선 자길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고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민망하다는 얘기인데,
뭐 연예인도 아닌데 꼭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긴하지만
어쩌겠나.
그러자면 그리해야지.
밤길을 달려 찜질방을 겸하는 목욕탕을 찾아갔다.
입구에서 계산을 하고 각자의 위치로 들어가는 시각이 아홉시 반.
"몇시에 만날까? 11시쯤?"
"그정도면 되겠지뭐.먼저 끝나는 사람이 문자보내"
우리 부부는 요즘 때밀이에게 몸을 맡긴다.
그동안은 내 발가벗은 몸을 남에게 맏겨야한다는 민망함때문에
차마 엄두를 못냈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내가 때밀이에게 몸을 맡기게 된 이유는 어깨때문이다.
주업무가 컴퓨터와 운전이다보니 몇년전부터 목이 뻐근하고 잘 안돌아가는 증상이 있다가
점점 심해지더니 이젠 어깨와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수가 없다.
특히 오른쪽이 심해서 등쪽으로 팔이 돌아가지 않으니 혼자 목욕을 해도
등쪽은 영 개운치가 못했다.
그렇다고 옆사람한테 "우리 서로 등 밀어줄까요?"소리는 더 하기 싫고.
할수없이 민망함을 무릎쓰고 때 밀이 벨을 누르기에 이르렀다.
사실은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욕심도 내면에 있긴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여서 딸이와 함께 오지 못할땐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긴 해야했으니
결국 우린 "이젠 때밀이에게 맡기자"는 합의를 하고 목욕탕을 가게 된것이다.
처음에 벨을 누르고 팬티바람의 때밀이가 오는걸 기다리는 동안은 참 어색했다.
발가벗고 서 있는건 결코 좋은 기분이 아니다.
게다가 남에게 치부를 다 보인채로 벌러덩 누워있어야한다는건 더 더욱.
처음엔 눈을 꼭 감고 때를 밀었다.
두번째는 조금 덜 민망했다.
이번이 세번째.
아내랑 약속한 시간은 열한시.
그럼 열시 십오분쯤 때를 밀고 다시 샤워하고 삼십분쯤 건식,습식싸우나와
냉탕에서 삼십분쯤 놀다나오면 시간이 딱 맞을것이란 계산에 몸을 불리고
첫번째와 두번째보단 자연스럽게 벨을 눌렀다.
잠시후 때밀이 아저씨가 욕탕안으로 고개를 들여민다.
그리곤 팔을 쳐들어 왼팔과 오른팔로 크로스를 한다.
그리곤 그냥 문을 닫아버렸다.
안된다고?
왜?
난 궁금한 맘에 그 아저씰 찾아나갔다.
"안돼요?"
그 아저씨 뭐라뭐라 하면서 한쪽손으로 어딜 가르킨다.
손이 가르키는 곳은 탈의실이고 옷장이 있는데 뭘 보라는건가?
내가 뻘쭘해 있는 사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하는말.
"아니 쟈이언트 안봐요?"
"예~에?"
그럼 지금 티비 드라마 봐야할 시간이라서 때를 못밀어준다는 말?
설마,,,
그래서 눈치 없이 다시 물었다.
"드라마 봐야된다구요?"
"아니 쟈이언트도 안봐요?이거 끝나고 밀어드릴까요?"
"됐어요.때수건이나 하나 줘요!"
때밀이 아저씨는 드라마에 정신을 뺏기고
난 투덜거리며 아픈팔로 때를 밀었다.
"뭔 남자가 드라마에 빠져서,,, 씨! 팔아파 죽겠네,,,씨,,,재방송보면 되지,,,씨,,,다신 오나 봐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