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동인 2010. 9. 17. 18:08

창고옆을 지나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봤다.

방금 걸렸나보다.

진동을 느낀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와 찢겨진 거미줄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잠자리를 덮쳤다.

살찐 거미가 제 몸보다 몇 배나 큰 잠자리를 움켜잡았다.

잠자리 날개짓은 이미 힘을 잃었다.

소용없다.

이미 가을하늘을 맴도는 잠자리의 시대는 갔다.

거미에게 먹히지 않아도 사마귀에게 먹히거나 새에게 먹히거나

찬바람에 힘을 잃고 땅에 떨어져 개미에게 먹힐게다. 

그렇다고 기세등등한 거미놈도 좋아할건 없다.

배불리 먹고 덩치 키워봐야 새들 눈에나 잘 뜨일테지.

찬바람을 피할수 있는것도 아닐테고. 

거미줄채로 뎅겅 떼어다가 닭장에 던질려다가 그만뒀다.

내가 저들의 삶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

 

난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도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