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아빠와 손을 잡은 아이들이 땡빛에 주산지로 걸어간다.
다정한 가족이다.
그런데 조금 뒤에선 아이들 엄마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우~씨! 도대체 얼마나 가야하는거야?
더워 죽겠네~! 씨~,,,"
아마도 엄마가 주도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산지를 보러가고 있었다면
볼멘소리는 아빠의 입에서 나왔으리라.
원래 앞장서서 걷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따르는 사람이 불만이 많은법이다.
화요일은 장모님 생신모임때문에 인천 큰처남네로 갔다.
오전은 은행업무와 장모님꺼 두달에 한번 약 짓는 일로 시간보내고
서둘러 올라갔는데도 도착시간은 오후 네시.
장모님 생신은 다음주지만 이번주가 휴가가 많으니 모이기가 쉬울듯해서
일주일을 앞당겼다.
재산이 몇십억이라는 큰처남에게 장모님 생신상 차리라고 몇십만원을
며칠전에 입금시켜줬다.
이 대목은 참 웃긴다.
난생 처음으로 큰아들이 제집에서 제부모 생신상 차리는데 손가락 뒤틀어지도록 일해서
돈 버는 내 아내는 그마저도 고맙다고 비용은 우리가 대야한단다.
식구들이 다 모인다니 들뜨긴 장모님이 제일 들뜨실테고 올라가는 중간에
뭐하냐고 노인네 독촉전화가 몇번이다.
그런 노인네를 기왕이면 얼른 집으로 모셔다 놓으면 얼마나 좋아할까마는
굼뜬 큰처남은 그 시간까지 도대체 뭘 했는지 꿈쩍도 안했다.
우리보다 막내처남이 먼저 도착은 했건만 자기 차에는 짐이 많다나?
그럼 그 차에서 하마같은 마누라와 두 딸년 내려놓은 자리엔 뭐가 있을까?
큰처남 왈.
"휠체어 가지고 가서 앉혀서 걸어오지 뭐"
예끼 이양반아!
아무리 오후 볕이라지만 이 땡볕에 노인네 잡자는 말이구만.
지난번엔 식당에서 노인네 자리 옮겨드린다고 지 엄마 가슴팍을
뒤에서 깍지끼고 번쩍 안아드는 바람에 갈비뼈를 부러뜨릴뻔하더니
이번엔 땡빛에 아예 보내드릴려구?
이꼴 저꼴 뵈기 싫어서 다른곳에 전해줄 물건 핑계대고 내가 훌쩍 나왔다
몇시간만에 돌아가보니 우째우째 장모님은 집에 모셔다 놨다.
누가 가서 모셔왔냐고 물으니 우르르 다 갔었단다.
결국은 내 아내가 나서서 처남들을 끌고 모시러 나섰겠지.
오서방네 아들들은 우째 저 혼자 알아서 차곡차곡 하는놈이 없을까,,,
난 삼년동안 혼자 했는데.
작년 이 맘때 둘째 처남이 사고로 죽었다.
이번 일요일이 첫번째 기일이다.
아내는 또 그게 맘에 걸린다.
군에 가 있는 죽은이의 아들이 마침 말년휴가를 나온단다.
그 아이 혼자 지 아비의 제사지낼일이 맘에 걸린단다.
제사 음식이며 납골당을 찾아가는일도 맘에 걸린단다.
그거야 그렇겠지.
형제를 벌써 둘이나 잃었는데 그 맘을 내가 어찌 이해한다 할수있겠나.
제사음식을 준비해서 가보잔다.
첫번째 제사니까.
우리가족끼리 여행이라도 다녀왔으면 했는데 물 건너 갔다.
큰처남네 집에서 처남댁 눈치 봐가며 엄마 목욕시켜드리고 땀에 젖어 나온
마누라가 내게 말한다.
"엄마가 그러시네.니가 가까이 살면 참 좋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마누라 뽈때기가 열이나서 벌겋다.
내 아내는 이 길을 얼마나 더 걸어가야 할까?
난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야하니 투덜댈수밖에,,,
원래 앞서가는 자보다 뒤 따르는 걸음이 훨씬 힘든거다.
그러니 투덜대는거다.
얼마나 더 가야하는거야?
아이구 지겨워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