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잘 삶기
비오는 일요일.
꼼짝없이 하루를 상납하게 생겼다.
"어디 안 갈거지?"
"비오는데 뭐,,,"
"그럼 점심에 삼겹살 먹을까?"
삼겹살 먹자는 말을 그냥 먹자는 말로 오해하면 안된다.
노는 나더러 준비해달라는 말이니까.
복날이 코 앞이라고 점심은 옥상에서 삼겹살을 준비해달란다.
미용실 직원들 퇴근시간을 시차적용하다보니 회식을 하기가 마땅찮다고
이 참에 점심을 먹도록 해달라니 안 해줄수도 없다.
숯불을 피울까 잠시 고민을 하긴 했지만 간편하게 휴대용가스렌지에
불판하나 올리는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소나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 숯불피우느라 고생하고
숯불에 고기 타는 연기에 눈이 빨개져야하고
그 열기는 또 어쩌고,,,
그나마 쉬운 방법으로 준비한다고 했지만 된장찌게하나 더 준비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땀 뻘뻘 흘려가며 준비하고 교대로 밥먹는동안 고기 구어주고
나까지 배 채우고 나니 오후시간이 훌쩍이다.
몇사람 먹은 설겆이 거린데도 뭐가 치울게 이리 많은가,,,
선풍기 앞에두고 소파에 누웠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현관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에 퍼뜩 잠이 깼다.
아차,,,설겆이 안했는데,,,경기 나겠다,,,
하얗고 건강하게 열 잘 맞춘 치열처럼 알이 고르게 박힌 옥수수를 한봉지
가지고 올라왔다.
"이것 좀 쪄 줘"
옥수수를 삶을만한 통을 찾아 물을 받는데 아내가 옥수수 삶는 요령을 읊어준다.
"옥수수는 따서 바로 삶아야 맛있대.절대 다른거 넣지말고 뚜껑 절대 열지 말래"
"뭐 당원이나 소금같은거 않넣고?"
"그런거 절대 넣지 말고 옥수수만 넣어서 삶으래"
아마 손님중에 누군가 첫 수확한 옥수수를 한자루 들고왔나보다.
그리곤 삶는 요령까지 친절하게 일러준게지.
시키는대로 했다.
찜솥이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딸랑딸랑 소리를 내기 시작한때부터 이십분을 삶고
불 살짝 줄여서 십여분 더 삶았으니 무려 삼십분쯤 삶은 셈이다.
아내가 확인전화를 한다.
"뚜껑 안 열었지?"
"뚜껑 안열고 삼십분쯤 삶았어. 이제 됐을텐데 열어볼까?"
"열어보고 두개만 들고 내려와"
누구의 레시피였는지 옥수수 참 맛있게 삶아졌다.
요점정리.
옥수수 꺽어서 최대한 빨리 삶을것.
삶을때 아무것도 넣지말고 물만 자박자박하게 삶을것
푹 익을때까지 절대 뚜껑열지 말것.
회사직원이 옥수수를 몇자루 가져왔다.
첫수확이란다.
여름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