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고

엷은 그림자와 본 그림자

치악동인 2010. 5. 14. 16:10

엷은 그림자가 본 그림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조금 전에는 걸어가더니 지금은 멈추었고,

조금 전에는 앉았더니 지금은 일어섰으니,

왜 그렇게 줏대가 없소?'

 

본 그림자가 대답했다.

'내가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소?

내가 의존하는 그것 또한 딴 것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런것 아니오?

나는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에 의존하는 것 아니겠소?

왜 그런지를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왜 안 그런지 내 어찌 알 수 있겠소?'

                   -장자 제물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