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깃털
치악동인
2010. 2. 3. 16:03
산 비탈을 내려오는데 새털이 한무더기 눈에 들어왔다.
새의 종류가 무엇인지 알수는 없으나 산비둘기거나 까치이거나
혹은 까마귀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한자리에 새털이 이리 뭉터기로 있다는건 얘가 이자리에서
다른 포식자에게 먹혔다는 얘기가 될터이다.
포식자에게 먹힌 새에게는 미안한일이지만
그 새를 먹고 힘을 내서 살아가야만 하는 포식자에게 새의 죽음은 곧 생명이다.
포식자가 눈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부엉이인지
또는 오소리인지 너구리인지 혹은 들고양이인지는 알수없으나
그 에게도 딸린 가족이 있을지 모르지.
배고픈 새끼가 있을지도 모르고 임신중인 아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은 또 다른 삶으로 향한다.
바람결에 새의 솜털이 날려가다 낙엽위에 내려앉는다.
새는 겨우 몇잎의 털로 남았다.
오늘의 두 군데서 부고가 날아들었다.
떠난 이들의 죽음은 어떤 삶으로 이어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