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1
대회당일
알람보다 삼십분이나 일찍 새벽네시에 잠에서 깼다.
아무리 완주가 목표라지만 대회는 대회다.
몸도 마음도 긴장되는건 어쩔수없나보다.
다섯시에 근처에서 함께 갈 사람들과 집결했다.
여섯명중 못보던 얼굴이 둘.
내가 준비한 찰떡을 골고루 나눠주고 나도 나눠주는 스포츠 음료 한병과 바나나하나를 챙겨 넣었다.
지난번 쥐났을때 바나나를 먹으면 쥐가 안난다는 말을 들었으니 물과 함께 바나나는 필수다.
지난번 답사때 산을 넘어보니 물 한병으론 텍도 없었다.
그래서 배낭속에 이미 두병의 물을 넣어뒀으니 물 두병과 스포츠음료 한병이 내 생명수다.
하지만 중간중간 피드존이 있다고 해서 슬그머니 배낭의 물 한병을 차에 내려놓았다.
최대한 가벼운 몸으로 가야할것 같았다.
난 664번이다.
배번부여받고 이런저런 식전행사치르고 정작 출발은 8시 35분.
100킬로 미터 구간의 선수들이 먼저 출발했다.
난 겨우 절반인 45킬로 구간도 이리 긴장해서 물을 챙긴다 바나나를 챙긴다 부산을 떠는데
100킬로미터 도전자들이 훨씬 더 많다.
하긴 지난번 함백산에서 철인경기 하는거 보니 그 사람들한테 100킬로미터정도는
껌이겠더라.
하물며 45킬로야 애덜 장난이지.
운동장에서 시내구간은 그저 퍼레이드구간이란다.
처음만나는 싱글코스에서 정체가 예상되니까 등급별로 나눠서 출발시키다보니
정식 대회코스로의 진입은 아홉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다.
예상했던대로 피재고개가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자 마자 정체가 시작되었을테지.
난 처음 만나는 싱글코스에서 서둘지않으리라 다짐했다.
괜히 남들 쫒아가다가 무리해서 쥐라도 내리는 날에는 완주가 힘들어질테니까.
예상했던대로 산길에선 정체가 심했다.
앞에서 끌고 올라가는데 뒤를 따르는 사람이 타고 올라갈순없었다.
그때,
산 중턱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을때 뒤에서 앙칼진 여자목소리가 들려왔다.
"비켜주세요!비켜주세요!"
뭐야?
뒷줄에서 한무리의 여자선수들이 낑낑대는 남자선수들에게 길을 비키라고 호통을 치고 있었다.
이런 대회에 나오는 여자들이 대단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할줄은 정말 몰랐다.
남자들은 자전거와 몸을 길 한쪽으로 최대한 물러서야했다.
비켜선 남자들 입에선 찬사와 한탄이 번갈아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들도 동작이 굼뜬 앞 사람때문에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야했다.
거봐.
여긴 어쩔수없다니까.
사람들은 그렇게 개미떼처럼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답사왔을땐 이쯤에서 물 한병은 이미 비어있었을 지점이었는데 난 물 한모금 먹을 틈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내 발걸음은 빨라지고 앞 사람을 제끼고 싶은 욕심만 가득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그래, 어차피 이런길에서 앞서야지 좋은길에선 잘 타는 사람들에게 경쟁이 되질않아.
가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