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까마귀 세마리

치악동인 2009. 8. 28. 11:04

잠은 늘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전에 깹니다.

그제도 그랬습니다.

저녁에 술을 몇잔 마시고 잠들어서인지 아랫배가 빵빵합니다.

비틀비틀 화장실 다녀와서 또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까마귀가 담장위를 날아갑니다.

담장위에 놓인 노란 단화.

아마도 장모님 신발인거 같은데 날아가던 까마귀 한놈이

그 신발 한짝을 덜렁 물고 날아갑니다.

소리를 지르며 까마귀를 쫒아 갔는데 어느집 솟을대문 처마밑으로

까마귀가 숨어들어갑니다.

나무 기둥 틈새에 숨어들어간 까마귀에게 신발을 내 놓으라고 소리를 질러봅니다.

어느샌가 까마귀는 세마리로 늘었습니다.

틈새로 파고든 까마귀들에게 남은 신발한짝을 던져봤지만

그놈의 까마귀들은 신발을 돌려줄 마음이 없어보입니다.

 

알람소리에 쪽잠을 깨고나니 불길한 생각이 훅 끼쳐옵니다.

까마귀 세마리,

장모님 신발,

장모님 꿈에 보였다는 세개의 관.

조심스레 아내에게 꿈 얘기를 해줍니다.

아내도 표정이 굳습니다.

내 꿈 얘기는 아내를 통해 처형과 막내처남에게로 전해집니다.

장모님은 시장구경중이시랍니다.

우리집에서는 발걸음 한발작 떼기도 무지 힘겨웠는데 시장구경이라니요.

점심을 먹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옵니다.

손님중에 옥황선녀보살이라는 간판을 건 점쟁이가 있는데 내 꿈얘기를

전했더니 삼일만 조심하면 된다더랍니다.

 

오늘이 삼일째.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난 미신속에 빠져듭니다.

오늘 하루 무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