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 꼬리를 치다.
이틀동안 날이 궂어서 점심산책을 거르다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을 맞으니
후다닥 점심먹고 산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나무계단 초입에서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걸보니 아마 산소옆에 있는 밤나무 근처에 앉아있나보다.
난 아직 뻐꾸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지 못했다.
운이 좋으면 뻐꾸기를 볼수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맘이 설렌다.
그런데,
산소아래 평탄한 곳을 지나 막 산소봉분옆을 지나칠려할때 섬뜩한 기운이 발밑에
느껴진다.
헉!
뱀이다,,,
내딛은 오른발에서 왼쪽으로 두뼘쯤 떨어진곳에 뱀이 몸뚱아리는 수풀속에 둔채
뾰족한 대가리만 내밀고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무심코 왼발을 내딛었다면 내 발은 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터이다.
생각보다 먼저 내다리가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났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뱀을 지켜보았다.
보통 독없는 꽃뱀정도는 사람 기척만 느껴져도 지가 알아서 도망을 가는데
이놈은 내가 하마터면 밟을뻔한 상황에서도 미동없이 햇볕을 즐기는걸 보면
꽤나 독종인 뱀이 분명하다.
우선 사진한장 찍어보고,,,
혹시 손가락 물릴까봐 쪼끔 떨어져서 폰카로 찍었더니 잘 뵈질않는다.
그러고보니 한 이년쯤 전에 산에서 내려오는 내 앞길을 막아서고 시위를 한 뱀이
있었던 딱 그자리다.
그때도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다가 발견해서 얼마나 놀랬던가.
순순히 비켜주질않아서 결국 몽둥이로 한대 패서 길옆 수풀로 던져버렸는데
혹 그놈의 가족인가?
그때처럼 본의아니게 몽둥이찜질을 하지않도록 살살 구슬려서 돌려보내리라 맘먹었다.
스틱으로 머리쪽을 슬~쩍 건드렸다.
요놈봐라.
머리를 꽂꽂히 세우고 외려 스틱을 공격하려든다?
그때였다.
"타라라라라락!!"
엉?
뱀이 꼬리를 쳐?
티비에서 방울뱀이 꼬리로 소리내는걸 본적이 있긴하지만 그건 아프리카 얘기잖아?
다행히 뱀은 나를 향해 쳐든 대가리를 슬그머니 돌려 줄행랑을 쳤다.
아마 조금만 더 그런 건방진태도로 일관했다면 본의아니게 내 등산스틱이 몽둥이로
돌변했을테니 살아돌아간 뱀을 위해서도 다행이고,
일년에 한번 절에갈망정 자칭 불교도라는 나를 위해서도 참 다행한 일이다.
뱀에 놀라서 발밑만 쳐다보고 산에 다녀오느라 뻐꾸기찾아보는걸 잊어버렸다.
발밑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들이 온통 뱀인듯해서 도무지 머리를 쳐들수가 있어야지.
이리 놀랐으니 며칠은 산에가기 싫겠다.
사무실로 내려와 인터넷 뒤적여보니 꼬리로 소리내는 뱀은 "쇠살무사"라는 놈이란다.
그 무섭다는 방울뱀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종이 아니란다.
하지만 쇠살무사도 독이 무서운놈이다.
그런 무서운독을 품고 나에게 꼬리를 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