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기둥?
아주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핸드폰이 책상위에서 혼자 울고있다.
후다닥 뛰어가서 전화를 받아들었더니,
중저음의 목소리.
"바쁘십니까~?"
응? 누가 이런 건방진 톤으로 내게 말하지?
순간 짜증이 울컥 밀려온다.
이놈의 승질머리하고는,,,
꾹 참고 물었다.
정중히.
"누구십니까?"
"동환입니다."
맞다.
내게 요런 톤으로 전화한놈은 일찌기 이놈 뿐이다.
조카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번 바닷가에서 씨름하자고 대들어서
날 모래속에 자빠뜨리고는 내 배위에 올라탔던 조카놈이다.
어찌나 무겁던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놈은 꿈쩍도 않는다.
음,,,
어쩌겠는가.
수많은 무협지에서 언급된바와 같이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며 흐르지 않던가.
결국 난 항복을 외쳤다.
속으론 "야 이 뚱땡아!"하고 욕했다.
그 뚱땡이놈이 얼마전 아들을 낳았다.
얼마나 좋은지 애 낳기 며칠전부터 아예 애낳기 이틀전입니다 하루전입니다 생중계를 한다.
그리곤 드디어 아들을 낳았다고 할아버지 되신걸 축하한다고 전화를 한다.
빌어먹을놈.
지가 아빠된거나 축하하지 왜 난 걸고 넘어지냐 이놈아!
그러고보니 이놈 아들난지가 한달이 얼추 다되어 가는거 같다.
오늘은 웬일로 전화를 했을꼬?
"이름지었습니다. 석주!"
"석주? 돌 기둥?"
아뿔싸,,,
또 그놈의 알량한 한문풀이를 해버렸다.
고르고 골랐을테고 음풀이에 획수까지 꿰맞춰서 이름짓느라 고생했을 귀한 아들놈이름을
하필이면 "돌기둥"으로 해석할건 뭔가.
이 버릇을 어찌 고칠꼬.
헌데 아무리 대충 해석했다해도 너무 그럴듯하게 풀었다.
돌기둥처럼 든든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도 좋지않은가.
우뚝.
근데 뚱땡아.
너 그거 아냐?
요즘 아들있는 사람들 늙어서 개털이더라.
우리 장모님 봐라.
아들이 넷이면 뭐하냐?
인간같은 아들놈 하나 없는데.
빌어쳐먹을 막내아들놈은 지네 엄마 병원에 입원시켰더니 지식구들 우르르 끌고 와서는
저녁 사 먹이고 술 사 먹이고 아침되니 아침은 언제 먹냐고 내 얼굴만 쳐다보더라.
참 몰염치도 그런 몰염치가 없다.
결국 아침까지 해장국집 데려가서 사먹이고
꼬맹이들 용돈까지 쥐어줘서 보내고나니 참 허탈하더라.
어찌 저 모양으로 키웠을꼬,,,
내딸은 과일먹고 싶다는거 너무 비싸다고 안 사먹였는데 돈은 엄한데 다 쓰고
주머니엔 카드영수증만 수북하니,,,
뚱땡아.
아들 돌기둥처럼 실한놈으로 잘 키워라.
부디 예의도 알고 범절도 알고 남을 배려할줄아는 그런 실한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