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늙느라 그래

치악동인 2009. 5. 3. 10:33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오늘 점심메뉴는 보리비빔밥이다.

남들이 황금연휴라고 떠들어대던말던 우리공장은 바빠서 쉴틈없이 일하는중.

보리비빔밥

난 안먹었다.

맨밥에 맵고 짜지 않은 호박나물로 허기지지 않을만큼만 먹었다.

 

며칠전 새벽에 부산내려가 김해까지 휘돌고 저녁에 집에 올라온 후

갑자기 오한이 들더니 몸살이 왔다.

왕돌팔이 처방전은 집에 박스채로 보관된 쌍화탕꼽빼기로 마시기였다.

뚜껑을 돌려따서 전자렌지에 돌릴려다가 좀더 성의를 보이자는 생각에

주전자에 담가 뎁히기로 했다.

부그르르 주전자 물은 끓었으나 막상 내 목으로 넘어가는 쌍화탕은 썰렁한게

하나도 안 뎁혀졌다.

이런 젠장,,,

그리고 일단은 잠이 들었으나 역시 왕돌팔이 처방전은 함부러 쓰는게 아니다.

온몸이 아프다.

어깨아픈거야 운전후엔 늘상 그랬으니 그려려니 한다치더라도

허리며 엉치며 무릎까지 쑤시고 아프다,,,

게다가 내 머리통이 갑자기 아인쉬타인 머리를 한개 더 갖다 붙인듯 크고 무겁다.

혹 아인쉬타인 머리가 엄청 큰 대두였을까?하는 의문이 불현듯 들었다.

머리만 좋아진다면 까짓 아인쉬타인에 에디슨 머리까지 붙여도 좋겠다는생각

안했다.

이 나이에 이대로 적당히 살다 죽으면될걸 남의 머리 두개씩 떼다 붙여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겨우 츨근해서 오전 일만 처리하고 오후에 병원으로 달려갔다.

열이 높단다.

이정도 열이면 어디선가 염증이 있단 얘긴데 콧물도 안나고 기침도 안나고

가래도 없고 배도 안아프고 등도 안아프고 화장실도 잘 간다니

의사가 고개만 갸웃거린다.

"일단은 열이 높으니 약먹어보고 삼일후에도 계속그러면 혈액검사 해봅시다

혈액검사 하면 삼주후에나 결과나오는데 그걸 언제 기다리겠습니까?

일단 약부터 먹어봐야지"

증상으로봐선 그냥 몸살이구만 의사입장에선 그놈의 열이 문제였다.

겁주는 바람에 나도 찔끔해서 왕돌팔이 처방은 쑥 들어가고 의사처방에 따라

약 지어먹었다.

문제는 병원처방전 약을 먹은 그날밤이 문제였다.

명치언저리가 답답하고 아랫배엔 압통이 느껴졌다.

마누라다리가 내 배위로 올라온건 분명 아니었다.

느닷없이 속이 메스껍고 헛구역질이 난다.

증상은 분명 입덧인데,,,

새벽에 일어나 부시럭부시럭 소화제 두알에 임금님도 마셨다는 활명수까지

원샷하고 다시 누웠다.

임금님은 효과를 보셨는가 몰라도 내게는 별 효과없나보다.

활명수도 소화제도.

문득 예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는 기시감비스무르한데 떠올랐다.

있었다.

십여년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때가 있었다.

그땐 살이 찌고 싶어 저녁마다 막걸리한잔을 일부러 마셨을만큼 살이 쪄보고 싶었다.

이제 살이 찌려는 신호인가 싶어 자꾸 먹었다.한잔씩 곁들여서.

얼마후 새벽녁에 명치로 부터 목으로 전해오는 묘한 느낌.

목이 조여드는 듯한 갑갑함으로부터 더부룩~한 아랫배.

소화제 한알?

난 그렇게 어설프게 안먹는다.

그때도 분명 소화제 두알에 활명수 한병 원샷했다.

난 예나 지금이나 왜 활명수가 콜라처럼 피티병에 대용량포장되어 국민음료로

판매되지 않는지 참 궁금하다.

콜라,사이다보다 활명수가 훨씬 더 시원하고 적당한 탄산감에 달착지근하지 않은가?

그 맛있는 활명수를,

겨우 한모금밖에 안되는 활명수를 왜 아내와 딸은 그리 인상을 쓰면서 마시는지도

난 정말 이해가 안된다.

나의 서슬퍼런 감독하에서도  밑바닥에 쪼금 남기는 아까운 활명수는 내게 감로수처럼

달고 맛있다.

하여간 십여년전 그 상황에서 내가 병원에 갔을때 병원에선 위염증상이라도 했다.

약 며칠 먹으면 나을거라고.

정말 그랬다.

보름치 약을 지었지만 일주일이면 씻은듯 나았다.

그럼 남은 일주일치는 잘 키핑해두었다가 다시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복약 처방했다.

그런데 이번 증상은 명치 윗쪽이 아니라 아랫쪽이었다.

나이를 먹으니 증상마저도 치받힐 기운이 부족해 아래로 쏠리는건가?

 

이틀은 몸살을 치료하는데 썼다.

이틀은 속 가라앉히는데 쓰는중이다.

다행히 이틀만에 회사나와 서랍속에서 이년전에 먹다만 위장약 찾았다.

알약이니 변질되진 않았겠지.

연휴라고 병원도 쉬는곳이 많으니 이 약먹고 가라앉힌다음 병원에나 한번 가봐야겠다.

아무래도 내가 늙느라 그러나보다.

하지만 기억이란건.

또는 추억이란건 내 몸처럼 그리 쉬이 늙지는 않는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