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웃으세요 부처님

치악동인 2009. 3. 19. 10:54

이번에도 오후시간에 땡땡이를 쳤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출장업무를 마쳤습니다.

얼른 회사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을 해야겠지만 이런 기회를 잘 살려서 코에 바람이라도 넣어줘야

내 안에서 꼬물락대는 그놈의 거릿귀신이 도발하지않습니다.

주변에 가볼만한 데가 어디있을꼬??

머릿속에 퍼뜩 떠오르는게 "마애삼존불상"이 떠오르네요.

네비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

그리 멀지않다네요.

마애삼존불을 떠올리고 나니 "개심사"도 생각납니다.

거기도 물었더니 거기가 거기라더군요.

꼬불꼬불 지방도를 냅다 달려갑니다.

어물쩡거리는 차들을 냅다 제껴버리고 달려갑니다.

늦게 간다고 천년을 그자리에 계신 부처님이 어디 가시는것도 아닌데

뭘 이리 서두르나 싶다가도 어느새 난 총알처럼 내달립니다.

"마애삼존불"이 계신곳은 계곡물이 맑은 무슨무슨 휴양림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얼음풀린 시내에는 자박자박 물이 맑습니다.

그 시내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이름은 부처님 세분 계신곳가는 다리라서 "삼불교"라 이름지었나봅니다. 

 길이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계단을 따라 터버터벅 걸어올라갑니다.

그런데 윗쪽에서 "와~"하는 함성이 들리고 우렁찬 박수소리까지 들립니다.

이 조용한 산중에 이게 웬일이랍니까.

난 나혼자서 조용히 부처님과 독대하고 조근조근 얘기해보고 싶었는데요,,,

사람들 소리는 들리는데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더 올라가보기로 하지요.

좁다란 "불이문"을 지나면 금방 부처님을 뵈올듯합니다만 몇걸음 더 가야합니다.

그런데 또 나의 못된 습관이 발동합니다.

넘겨짚는 못된 버릇말입니다.

지식도 짧은것이 어쩌자고 한문이건 영어건 지가 아는 범위의 단어로만 꿰맞춰서 해석을 해버립니다.

불이문:둘이 아닌 문이라?

뭔뜻인공?

불이문이라면 통상 절에 들어가는 첫번째 일주문을 지나 두번째 문을뜻하는데

그럼 그냥 '둘째문"그러던지하지 왜 둘이아닌문이라고 했을까,,,

어떤 책에보니 불이문은 둘이 하나와 다르지않다라는 의미이고

승가와 속세를 구분짓지않는다는 뜻이라더군요.

깨달음을 얻는것이 꼭 스님으로 살아야 이루는것이 아니요 속세에서도 어느순간 깨달음을 얻을수있으니

굳이 이길로만 가야한다는 독선을 버리라는 의미가 있다네요. 

그렇지요.

내가 옳은것만 옳은것은 아니지요.

 휴,,,

몇 걸음 안되는길이지만 성큼성큼 계단을 밟아 올라섰더니 살짝 몸이 더워집니다.

그런데 이미 부처님 앞은 먼저 온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있습니다.

난 올라설 자리도없고 뒷쪽에선 부처님 얼굴도 볼수없습니다.

이런이런. 천천히 올걸 괜히 달렸다는  후회가 듭니다.

그냥 발길을 돌려 내려왔더니 내 뒷쪽으로 우르르 학생들이 따라 내려옵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고 난후 조용해진 골짜기를 다시 올라가서 부처님과 독대해야겠습니다.

 처음에 부처님을 봤을때 많은 사람들에 시달려서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천년동안 비비람에 씻기우신지라 고되기도 하실테지요.

유명세도 어지간히 타셨으니 아까처럼 우르르 떼거지로 몰려와 난리법석까지 떨고 가니

참 피곤도 하셨을겁니다.

사위가 조용해지고 나니 부처님이 내게 묻습니다.

"이봐~중생! 요즘 세상일은 어때? 뭐 재밌는일좀 없어?오는사람들마다  죄다 내 얘기만 하지

지들얘기는 안하더구만"

그래서 부처님께 내 주변의 일 몇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아랫집 남자가 부부 싸움끝에 부인한테 머리끄댕이를 잡혀 죽는 소릴하더라는 얘기며,

어떤 아빠가 아들방에서 모기를 발견하고는 아들 피빨아먹은 모기가 미워서 파리채를 휘두르다가

벽에 붙은 시계를 박살냈다는 얘기며,

특히 어제 우리집이 은행대출금 다 갚고 근저당권말소까지 깨끗하게 처리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 밝게 웃으셨습니다.

이렇게 밝게 웃으시는 부처님은 저도 처음뵈었습니다.

부처님 웃으시니까 저도 참 좋습니다.

 

 세분 부처님 뵙고 나오는길에

길가에 홀로 서 계신 부처님이 한분 계십니다.

강댕이라는 곳에서 발견 되셔서 "강댕이 미륵불"이십니다.

이 부처님도  웃으시게 해드리고 싶은데 이젠 시간이 없어요.

얼른 회사돌아가서 일좀 하놓고 집에 가야하거든요.

강댕이 부처님은 이따가 어둠이 내려앉으면 삼존부처님께 마실가셔서 제 얘기 전해들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