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을 멈추고

가까운 곳

치악동인 2009. 2. 12. 16:49

이번 일요일은 꼼짝 안하고 집에 있겠다 맘 먹었건만

딸아이 말마따나 난 "역마살"이 끼인 모양이다.

가까운 마트에 나온김에 아내랑 딸을 납치하다시피 데리고 나간다.

"우리 나온김에 가까운데로 한군데 들려보자"

(흥! 핸들잡은 내 맘이야. 가자면 가는거라구!)

"오늘은 그냥 쉰다며??  어딜가려구?"

(이 웬수야. 난 피곤해죽겠단말야!!)

"응. 아주 가까운데~! 횡성에 가면 오래된 성당이 있대. 거기나 한번 가보자"

 

지난 가을에 자전거타다가 보니 풍수원성당 팻말이 보였다.

겨울에 꼭 한번 와봐야겠다 맘 먹었는데 오늘이 그 날이다. 흐흐~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삼사집분 정도면 충분한거리니 피곤한 마누라도 이해해줄꺼다 아마. 

 

풍수원 성당은 한국에서 4번째 성당이며 한국인이 지은 최초의 성당이란다.

역사적 사실은 난 잘 모르겠고,

뾰족지붕의 고딕식 양식이 우아하고 고풍스럽다는건 알겠다.

들어가는 입구에 순례객들의 경건한 마음가짐을 당부한다는 글귀가 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 비록 천주교신자는 아니지만 신성한 성지에서 함부러 해선 안된다는것쯤은 안다.

성당안에도 들어가보고 싶긴 했지만 그런 연유로 참았다.

 성당 왼편으로 길이 나 있다.

이곳에도 십자가의 길이 있을터인데,,,,

그렇구나.

왼편언덕으로 올라가면 십자가의 길이 있지만 난 그냥 지나쳐 곧장 올라갔다.

아내와 딸이 배신을 땡긴건 요기서다.

"혼자 갔다와. 우린 차에 있을께"

혼자 올라가는길에 다정스런 가족을 만난다.

이런,,, 혼자 걸어가는 내가 외로워 보일까 신경쓰인다.

사실 쫌 외롭다.

역시 혼자라도 올라오길 잘 했다.

이렇게 멋진 산책길이  나타나다니.

 

 

 

 그런데 사색을 잠기며 천천히 걸어야할 산책길을 난 뛰어간다.

이게 아닌데,,,

아마 오분도 안돼서 마누라 전화 올꺼 뻔하다.

"왜 안와! 기다리는거 지겨워죽겠네.빨리와"

진짜 딱 오분도 안돼서 전화 왔다.

"빨리 안오면 우리 먼저 간다"

딸애한테 키를 준 내 잘못이다.

 

십자가의 길로 내려서면서 열심히 뛴다.

예수님의 고통쯤은 마누라 잔소리와 비교도 안된다는듯.

주차장 입구에서 뛰어오는 나를 보며 내차는 슬금슬금 앞으로 간다.

딸년이 웬수다.

"거기 안서~!"

 

진짜 뽀대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