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에 갑니다
일요일아침.
오늘은 아예 멀리로 나가볼 요량으로 미리 미리 집안청소며 계단청소며
옥상정리까지 다 끝내 놨습니다.
딴지마왕 울마누라한테도 미리 언질을 줬으니 룰루랄라 난 집을 나설겁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함께 자전거타기로한 소장님이 펑크를 냈습니다.
이런,,,
혼자 못가는것도 아니지만 멀리가는길은 사실 너무 외롭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했지요.
그래.
백운산이나 올라가보자.
어쩜 높은곳부터 가을이 올테니 그곳에 가면 제법 가을색이 물들어있을지도 모른다며
계획변경의 당위성을 나자신에게 인식을 시키지요.
백운산을 가려면 우선 중앙고속도로위로 지나는 다리를 지나가야합니다.
저길로 두시간여만 달리면 대구가 나오지요.
경상도 출장갈때마다 지겹도록 지나야하는 길이랍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 길이 지겹지가 않게 되었습니다.
지겹기는 커녕 은근한 기대마저 품고 달려가는 길이 된걸요.
사람들은 모르지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손흔들며 가는 이유를.
달려가는 차들을 보며 나도 저길로 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유혹을 잠재우려면 난 좀더 힘들게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겠습니다.
중앙고속도로를 넘어 만나는 첫번째 고개입니다.
경사가 급하기는 하지만 그리 길진않아서 산악자전거 타기전에 일반 생활용자전거로도
넘어본적도 있는고개이니 여유있게 노래도 불러가며 올라갈수있지요.
그래도 소리내어 노래부르긴 좀 그렇습니다.
고갯마루위에는 햇빛이 잘드는 탓인지 아랫쪽보다 산수유가 먼저 익어갑니다.
빨간 산수유열매가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여긴 가로수로 심어놓은 산수유나무가 꽤 많습니다.
울 회사 들어오는 주변 도로에도 산수유가 많이 있지요.
직원 누군가가 재작년에 산수유주를 담가놓았다는데 두해나 익혔으니 맛이 제법일겁니다.
게다가 산수유가 정력에도 좋다지요?
쩝,,,
내리막길을 시원하게 달려내려오는데 코스모스가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립니다.
이놈의 가을.
봄가을이 있는듯 없는듯 하다는데 내겐 길기만 합니다.
후다닥 단풍들고 비한줄기 오고나면 얼른추워져서
금새 눈내리고 바람불어 코끝이 싸~해지는 겨울이나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이제 백운산을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 마을은 여름한철 북적이는 손님들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을겁니다.
백운산에서 내려오는물은 맑고 차서 가족단위로 휴가를 보내기엔 아주 적당하지요.
예전엔 이 계곡을 마을에서 입장료를 받으며 관리했는데 지금은 산림처에서 운영하는
휴양림이 생겼습니다.
웰빙바람을 타고 임도길을 따라 걷는 "웰빙걷기코스"는 원주시에서 주최하는 걷기행사에 단골코스가 됐구요
그 임도를 나처럼 자전거로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계곡은 양쪽에서 흘러내려와 합수가 되는데 난 오른쪽길로 올라가서 한바퀴 삥~돌아 왼쪽길로 내려올겁니다.
오른쪽은 울퉁불퉁한 임도이기도 하고 산허리를 돌고돌아 꼭대기에 닫는 완만한 길이지만
왼쪽길은 산꼭대기에 있는 군부대로 올라가는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진 시멘트 포장도로입니다.
난 꼬불꼬불 산길을 즐기렵니다.
'
근 한시간여만에 중간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한여름에도 이곳에오면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에서 시원한 냉기가 퍼져나와 등줄기를 식혀주는곳입니다.
이곳에서 물도 한모금마시고 숨도 돌려갑니다.
지난번엔 잠시 쉬고 있는데 웬 등산객아주머니가 묻습니다.
"아저씨. 이 물 먹어도 되지요?"
"뭐 안될거야 있나요.산에서 내려오는 물인데."
하지만 책임은 못집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은 산삼썩은물일수도 있지만 야생동물의 기생충이 있을수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래도 목말라 죽는것보담 약수려니 하고 마셔도 돼요.
숨을 골랐으니 이제 또 올라갑니다.
쉬어가는 시간이 너무 길면 꾀가 나서 올라가기 싫어져요.
아직 다리힘은 충분하니 꼭대기까지 쉼없이 올라갈겁니다.
꼭대기 조금 못미쳐서 정자가하나 있어 여럿이 함께올때면 정자에서 쉬어가기도 하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칠겁니다.
정자를 지나서 임도로 올라올수있는높이는 이곳이 제일 높습니다.
새로지은 원주시청이 저멀리 보이는걸보니 저곳이 무실동인가보네요.
해발 천미터가 넘는 높이이다보니 단풍도 조금 들긴했네요.
이제 우두두두~ 내리막길로 내려갈겁니다.
산악자전거의 묘미는 역시 울퉁불퉁한길을 와다다닥 달려내려가는 맛이지요.
내리막길을 어지간히 내려오다보면 산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라오는길과 마주치지요.
그냥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되지만 오늘은 조금 나를 조금 더 힘들게 해주기로 했어요.
아주 힘든 오르막길을 따라 군부대가 있는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로.
이곳에서 자전거좀 타는사람이라면 임도는 당연히 타봐야하는 기본코스이지만
지금부터 올라가는 "철탑"가는길은 쉽지않은 코스입니다.
처음 철탑에 올라갔을때는 올라가던중에 후회 많이 했습니다.
'내가 여길 왜 올라갈려고 하나,,,"
도대체 얼마나 올라가야 끝인지 알수없었으니 참 지겹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오른덕분에 선배님들께 자랑할수있었습니다.
"형님. 저 오늘 철탑올라갔어요~!"
"오~최부장. 거길 올라갔으면 원주에서 올라갈수있는길은 다 올라간거야. 대단해~!"
그 우쭐한 마음에 또 한번 올라갔었고 오늘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오늘은 중간에서 잠시 쉬어야했습니다.
계속되는 업힐에 허리가 끊어질듯 아팠습니다.
그냥 길바닥에 누워버리고 싶었지만 물한모금 톡톡 털어넣고 기어이 올라갑니다.
난 조금 더 힘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