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땡땡이
오늘도 부산출장을 마치고 올라가는길.
이번엔 일이 아주 잘 끝나서 이번 프로젝트건으로는 부산에 다시 안와도 될듯합니다.
물론 입방정떨면 부정타니까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아야지요.
그래도 한동안 안온다 생각하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쉽습니다.
몇년전에 들러본 안동의 "봉정사"가 생각나긴 하지만 돌아가는길에 다른곳을 들려야하니
봉정사는 다음기회에 들리도록하지요.
그래서 생각한곳이 청도의 운문사입니다.
새벽세시쯤에 가면 비구스님들의 새벽예불 독경소리가 참으로 낭랑하다 하여
예불시간에 맞춰 꼭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요.
하지만 나의 게으름이 발길을 막습니다.
그래서 핑계를 대지요.
'새벽 낭랑한 독경소리에 순간 감화되어서 내가 너무 착해져버리는건 아닐까?'
난 지금도 충분히 착하니까 그건 피하기로 했습니다.
꼬불꼬불한 길들을 지나 운문사 매표소에 도착했을때 노송들 사이로 나있는 길을 봤습니다.
이런길은 그냥 걸어야지요.
결코 주차비 이천원이 아까와서가 아니지요.
매표소 바로옆 공터에 주차해두고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주중의 한가한 시간이라그런지 조용합니다.
가끔 쏜살같이 내곁을 스쳐지나는 차량들만 아니라면 참 좋을텐데,,,
왜 사람들은 이런길을 타박타박 걸어가지 않을까요.
난 걷는게 참 좋은데.
절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비구스님들이 밭일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여스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건 불경스런짓인듯 하여 사진은 피했습니다.
운문사에 막걸리 좋아하는 소나무가 있다더군요.
가지가 축 쳐져서 "쳐진소나무"라고 이름붙여진 소나무인데 혹시 막걸리에 취해서 축 늘어진건
아닐까요?
이곳 만세루는 넓찍하니 시원합니다.
그냥 평지에 세워놓아서 그런지 위풍당당이란 표현을 붙이긴 좀 그렇습니다.
아침 예불은 이미 끝난 시간일터인데 한편에선 스님들 독경소리도 들립니다.
대웅보전 현판이 보이길래 일단 한쪽문으로 들어가서 삼배부터 올렸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는 나의 기도는 내가족과 친구의 가족이 안녕하기를 빕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대웅전 앞마당이 너무 허전해요.
당연히 있어야할 석등도 없고요 고찰이라고 들었는데 석탑도 없어요.
참 이상하다,,,
그렇군요.
운문사엔 대웅전이 두개가 있네요.
위에 있는 대웅전은 새로 지은 건물인가봅니다.
절마당을 한바퀴 다 돌아보고 나니 원래의 대웅전이 있습니다.
석등도 있고 석탑도 있어요.
운문사는 여스님들의 단정하신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듯 나무며 담장이며 마당이며
전체적으로 잘 정돈되고 깔끔한 풍경이 좋습니다.
호거산의 험준한 산봉우리들이 둘러쳐져 있지만 넓직하게 터를 잡은탓에 산자락에 묻힌듯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담장안쪽에 가을 코스모스가 한껏 피었습니다.
혹시 이녀석들이 여스님들 마음에 파문을 일으켜지는 않을지 걱정이 살짝 들긴 했습니다만
제철에 맞춰 피어난 꽃을 어쩌겠습니까.
그대로 두면 알아서 꽃지고 열매맺겠지요.
절바당 한바퀴 둘러보고나니 오전 땡땡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젠 부지런히 올라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