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엔 우포를 가야해
점심때쯤 부산에서 일이 끝났을때
마침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요.
음,,,
출장마친 오후 시간에 비가 와주다니요.
비오는날에 꼭 한번 우포늪을 가보고 싶었는데 이 절묘한 타이밍이라니요.
맞아요.
세상일엔 꼭 맞는 "타이밍"이 중요해요.
이럴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포늪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그런데 좋은일엔 마가 끼인다지요?
부산에선 한두방울 떨어지던 비가 김해로 향할때는 폭우로 변했어요.
설상가상 이번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와이퍼가 고장나버렸지요.
순식간에 눈뜬 장님이 되어서는 겨우겨우 갓길로 이동하고 응급조치를 했는데
겨우 운행할만할 정도로는 복구가 되었어요.
다행이지요.
살아가다가 이런 난관정도는 있어줘야 삶이 더 재밌는거니까 아마도 더 멋진 우포를 보기위한
양념이 아니었을까~라는 나름의 위로.
폐교를 활용해서 생태체험온 학생들과 부모들의 쉼터로 쓴다는 그곳 운동장에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더군요.
이 사람들도 비오는 우포늪이 좋다는걸 알고 온걸까요?
아마 미리 계획된 일정중에 마침 비가 온것일테지만 기가 막히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지요.
난 몇년을 기다려서야 비오는 우포에 왔다구요.
예전엔 비해서 잘 다듬어진 넓직한 주차장이며 주차장에 그득하니 들어선 차량들을보니
이미 우포는 너무도 유명해져 버렸어요.
몇년전만해도 흙바닥 주차장에 겨우 뜨문뜨문 차 몇대가 고작이더니.
그런데 어쩌나요,,,
걸어들어가야하는데 난 우산이 없어요.
그저 가랑비 정도라면 분위기 즐기는셈치고 맞아보겠는데 이건 폭우수준이거든요.
그렇담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곳으로 방향을 틀어야지요.
우포늪은 아주 넓어서 이곳 "유어"방면으로 들어가는곳 말고 "이방"쪽으로 들어갈수도 있거든요.
처음 우포에 왔을땐
햇빛이 뜨거운 봄날의 오후였어요.
작은 둔덕을 넘어 이곳에 왔을때 처음 느낀건 고요함이었지요.
겨우 작은 둔덕하나 넘었을뿐인데 이곳은 그냥 고요함이 가득했어요.
광고멘트에 나온 "핸드폰을 꺼두셔도 좋겠다"는 말이 생각나서 진짜 내주머니에
핸드폰을 꺼버렸을 정도로 가득한 고요가 좋았지요.
내가 그 고요속에 겨우 동화되어 가고있을때 그속에서 들려오는 움직임들,
술렁거림들이란,,,
고요한 부들틈에서 철벅대는 수생동물들과 모습이 보이기전 소리부터 들려주던 새들.
하지만 오늘은 빗소리에 다 잠겨버렸습니다.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창문만 빼꼼히 열어서 겨우 사진만 몇장 찍었지요.
담엔 이슬비내리는날 와야겠습니다.
이 빗속에서 다리가 긴 새한마리가 비에 다 젖네요.
길을 잘못들어 산길을 헤매는 사이에 비가 조금씩 그쳐갑니다.
조금씩 내리는 비야 맞아줄만 하지요.
초등학교 시절
내가 엄마라고 불러야했던분이 그랬지요.
"비좀 맞는다고 비가 뼛속에 스미냐!"
맞는말이긴해요.
하지만 그분은 내가 초등학교졸업하기전 내 엄마역활을 그만두었지요.
이제 기억속에 우포를 다시 새겨담았으니
이 기억은 아주 오래 갈겁니다.
원래 기억이란 사랑보다 오래 남는답니다.
그리고 사랑보다 더 슬프지요.